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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솔동 찐한우곱창, 포텐셜은 충분...

다락방 중년 2024. 3. 27.

내가 곱창구이를 처음 접한 것은 월드컵에서 대한 민국이 4강에 갔던 때쯤으로 기억한다. 당시에 용인시의 유명한 모곱창집(지금은 폐업)에서 처음 맛을 보고 이후에 곱창구이 매니아가 되어 버렸다. 얼마나 당시에 곱창에 대한 집착이 심했는지 모 커뮤니티 활동때는 닉이 곱창구이였을 정도니 ㅋㅋ

용인의 모곱창집 곱창. 몇 십년을 운영해온 전통있는 식당이었지만 어느순간부터 곱창의 질이 나락으로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사라져 버렸다. 아마 갑자기 많이 생겨난 곱창가게들로 인해 좋은 재료의 수급이 어려웠으리라.

 
지금은 동네에 유명하다는 곱창집은 하나씩 있을정도로 곱창집 수가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곱창은 전국민 대상으로 하는 먹거리가 아니었고 괜찮은 곱창집이라고 하면 곱창의 퀄리티가 상당히 우수했었다. 요즘이야 고만고만한 곱창집들이 난립하여 맛있는 곱창집을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동네에 이사와서 가족과의 첫 외식 아직 동네에 익숙치가 않아 검색을 시작해 본다. 그러다가 눈에 띈 가게 이름

"찐 한우곱창"
더구나 신장개업이라니.. 요컨대 개업하는 식당의 음식맛이 없으면 그 식당은 롱런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리뷰가 하나도 없다는 것. 보통의 경우 개업을 하게 되면 리뷰어들에게 홍보 같은 것을 진행하면서 소위 "개업 빨"을 받기 위해 점주는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지사인데..

네이버에 올려진 대문 사진.주차장은 따로 없으니 골목에 적절히 주차들을 하시라

 
여기에 나를 더욱 유혹한 것은 "한우특곱창"이라는 메뉴의 존재감 때문이었다. 곱창의 품질에 자신이 없으면 절대 쉽게 올릴 수 없는 메뉴라고 판단을 하였고 더구나 개업시기이기도 하니 동네 구경하는 셈 치고 가족들과 같이 방문을 했다. 

 

테이블이 약 10개 정도 있는 아담한 가게. 방문을 하니 손님은 아무도 없고 주인아주머니만 계신다. 느낌이 싸했다. 주말저녁인데.. 이 시간이 피크시간이어야 할 터인데..
 
서둘러 밑반찬부터 내어주시고 주문을 받으신다.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이라 미처 앞치마도 입지 않고 서빙을 하신다. 혼자 가게를 운영하시나 보다. 내어주신 밑반찬은 쌈무와 깻잎무침 그리고 파김치와 콩나물 무침. 흔히 곱창집에서 볼 수 있는
기본차림이다. 먼저 콩나물부터 맛을 봤다. 상당한 수준이다. 콩나물 무침 따위가 맛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냐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이런 기본적인 찬들에서 주인장의 내공이 묻어 나오는 법이다. 

 
 
이어져서 나오는 한우 특곱창. 저양이 4인분의 양이다. 맞다. 양이 작아 보인다. 하다못해 부추와 야채라도 가득 채워주면 좀 더 푸짐해 보일 텐데..다만 곱창의 퀄리티는 단언컨대 엄청 비싼 가격을 받는 서울의 유명한 모곱창집보다 우수하다. 20년 전 처음 곱창을 접했을 때 보았던 곱창 내에 곱이 그득하다 못해 넘쳐흐르는 곱창은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수없이 난립하고 있는 곱창집들 사이에서 명함을 내밀 정도는 된다. 

곱창에 곱이 그득하다.

 
 
일반 곱창과 비교를 해보기 위해 모둠구이를 한판 더 주문했다. 옆에 두 테이블에 손님이 들어오니 사장님이 너무 바쁘시다. 술 같은 것은 직접 가져다 마셨고 추가 반찬들도 직접 챙겼다. 모둠은 일반곱창과 대창 그리고 막창으로 구성되어 있다. 너무 바쁘셔서 급한 대로 곱창과 대창만 먼저 내어주시고 막창은 나중에 다시 올려주셨다. 저기 일반곱창에 곱이 없이 구멍만 뻥 뚫린 곱창이 보이시는지? 그렇다. 일반곱창은 흔하디 흔한 곱창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자고로 곱이 없는 곱창은 그냥 가죽 떼기와 같을 뿐. 

 
 
여기서 나름 반전이 있었던 것이 대창이 평균 이상은 한다는 것이다. 감탄을 할 수준은 아니지만 대창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수준은 된다. 다만 막창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다. ㅎㅎ

대창도 먹을만 하다.

 
 
계란이 올려져 나오는 볶음밥으로 마무리하고 4명의 식구가 소주 3병을 마시고 나왔다. 요즘 대학에 갓 입학한 딸내미가 학교에서 술꾼 3대장 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를 닮아서 그러는지 ㅠㅠ

 
 
총평하자면 이 집 주인장은 요식업 경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손이 빠르고 또한 손맛도 괜찮게 낼 줄 안다. 콩나물 무침이 떨어졌다고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순식간에 무쳐서 가져다 주셨다. (손님들이 많이 없는 이유겠지만 셀프코너는 설치만 되었있었지 내용물은 없었다.)

 
다만 몇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메뉴를 조금 줄이시고 계속 우수한 품질의 곱창을 수급할 수 있다면 거기에 집중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일반곱창을 없애고 특곱창을 기본으로 제공하시는 것이 좋겠다. 아울러 홍보도 조금 진행하셨으면 한다. 아무리 우수한 아이템이 있어도 찾는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며 입소문을 타고 찾아주는 사람이 많아지기까지는 버티는 것이 관건인 상황이 찾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투자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사업에서는 반드시 동반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가격을 조금 낮추고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계란찜등은 유료 메뉴로 돌리는 등 기본 구성에도 신경을 쓰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사실 계란찜이 제공되는 곱창집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서비스로 제공된 간과 천엽은 신선하지가 않아 비린맛이 많이 났다.
 
곱창이라는 것이 좋은 재료의 수급이 어렵고 매일 그 품질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있지만 확실하게 관리를 잘하시면 머지않아 동네 유명 맛집 정도는 차지할 포텐셜은 충분하다고 본다. 빠른 시일 내에 직원도 더 고용해서 주방에만 신경을 쓰시고 손님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동네 근처 가까운 곳에 계시는 곱창마니아 분들께서는 한 번쯤 방문하셔서 맛들도 보시고 많은 조언들도 해주시라. 개업한 지 벌써 3개월이나 되었다는데 주인장의 음식솜씨와 음식의 퀄리티에 비해 손님이 너무 없는 것 같다. 

단 반드시 특곱창과 대창만 드시는 것이 좋을 것 같고 모험심을 발휘한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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