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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 전통 수산시장(성은네 회) 방문기

다락방 중년 2024. 5. 29.

사실 나는 고향이 경상도의 남쪽바다 부근이다. 어릴 적부터 넓고 푸른 바다를 보며 자라왔는데 서울이라는 곳에 유학을 와서 특이한 경험을 많이 했다. 대학교 시절 친구 녀석들과 학교 근처에서 술을 먹다 보면 몇몇 녀석들이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해서 1호선 전철을 올라타고 인천 월미도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본 서해 바다는 충격이었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이게 바다야?"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바다는 모름지기 남해나 동해처럼 넓고 새파랗고 파도가 출렁이는 그런 멋이 있어야 하거늘 갯벌에 호수 같은 서해 바다는 바다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이런 곳에 와서 바다에 왔다고 낄낄거리며 술을 처묵처묵하고 있는 녀석들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은 기억이 있다. 
 
이후에도 서해바다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잘 가지 않았다. 위의 저런 편견이 컸었고 거리가 멀어도 웬만하면 동쪽으로 가서 푸른 동해를 마주하고 거기서 지내는 것을 더 즐겨한 것 같다. 

모름지기 바다는 이런 맛이 있어야~~

 
그래서 오이도라는 동네는 말은 많이 들어 봤어도 사실 이번이 첫 방문이었다. 집사람이 소개를 받은 좋은 횟집이 있다고 해서 간만에 가족들을 이끌고 방문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사실 고기도 잘 먹지만 어디 가면 서러울 정도로 해산물들을 좋아한다. 비싸고 맛있는 것은 어찌 그리 귀신같이 잘들 아시는지? ㅜㅜ.  키우면서 돈이 참 많이 들었다. 알고 있냐? 이 녀석들아??
 
암튼 각설하고 오늘 가볼 가게는 오이도 빨간 등대 앞 오이도 수산시장 내 성은이 회집이다. 집사람은 이미 한번 방문을 하셨고 만족도가 높다고 오늘 우리 모두를 끌고 오셨다. 위치는 빨간 등대 바로 앞에 있으니 찾기 어려울 것 같지는 않고 주차는 인근에 공영주차장이 널찍하게 있으니 근처에 주차하시면 된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아 주차하기 약간 어려울 수도.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왼편에 성은이네가 있다. 

여기로 오시면 된다.
수산시장 출입구
입구 근처에 있다.

수족관에 제법 많은 생선들이 있고 대부분 상태가 좋았다. 보통 이런 횟집에 가면 꼭 몇 마리는 배를 뒤집고 죽어가는 놈이 있기 마련인데 이 집은 그런 것이 없다. 나름 바닷가 출신이라 내가 생선을 쬐끔 볼 줄 아는 편이다. 흠흠.. 오늘  좋은 어종을 여쭤보니 친절하신 사장님이 자연산 돗돔과 벤자리 돔을 추천해 주신다. 큰 거 각 1마리씩 총 두 마리 16만 원 뼈째회용으로 줄가자미도 조금 추가해서 총 19만 원에 주문을 했다. 자연산에 이 정도 가격이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돔이 많이 잡히는 제주도나 남해안 산지에 가셔서 먹어도 이 정도 가격은 충분히 나온다. 숭어회를 먹고 싶었는데 숭어는 이미 시즌아웃.. 올봄은 숭어를 못 먹고 넘어가네. 흑흑~~

생선들의 상태가 좋다.

 
2층의 식당으로 이동하여 잠시 대기하니 서비스 음식부터 보내주셨다. 큼지막한 전복에 산낙지 및 각종 조개류까지.. 역시 횟집에 오면 이런 것들을 서비스(스끼다시)로 먹어야 한다. 어디 이상한 콘치즈나 부침개 따위로 나의 배를 채우는 허무한 짓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해산물을 잘 못 먹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겠으나 단가를 봐도 이는 명확한 팩트인 것..

싱싱한 해산물 서비스

 
드디어 기다리던 메인 회가 등장했다. 보이시는가? 이 싱싱함이. 살이 약간 붉은 것이 돗돔이고 하얀 것이 벤자리 돔이다. 싱싱함은 말할 것도 없고 회가 아주 맛있다. 돔종류가 특히 쫄깃한 식감과 맛있는 육질이 특징인데 양식 참돔과는 또 다른 맛이다. 특히 뱃살부위는 거의 기름진 소고기를 먹는 듯한 맛이다. 술이 마구마구 들어간다. ㅠㅠ 그리고  회를 가져다주시면서 사장님께서 인사까지 하러 오셨다. 이런 모습의 시장에서 고객에게 직접 찾아와 인사까지 하러 오는 부지런함이 마음에 들었다. 나름 단골을 확보하실 줄 아시는 분인 듯..

돗돔과 벤자리돔 그리고 줄가지미 세꼬시
이런 뱃살 부위가 맛있는 부위임. 회를 모르는 사람들하고 먹을 때는 먼저 먹는 사람이 승자다.
술이 술술~~ 슬슬 고주망태가 되어 간다.

 
이런 횟집에서 매운탕이 빠질 수는 없는 노릇. 인심 좋은 사장님께서 우럭은 한 마리 서비스로 넣어주셨고 돔의 나머지 부분과 같이 얼큰하게 끓여져서 나왔다. 매운탕은 더 맛있다. ㅡㅡ; 또 소주를 주문하고 발동 걸린 우리 따님께서는 이젠 매화수를 드시겠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렇게 또 달린다. 장하다 내 딸.. ㅠㅠ 이에 반해 우리 아들 녀석은 나와 같이 전통의 소주파. 의리 있는 녀석.. ㅋㅋ

매운탕도 미친 수준이다..

 
그렇게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사실 해산물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서비스까지 해산물로 제공되는 식사는 썩 내키지 않을 수도 있을 터이나 해산물 매니아 분이라면 일반 횟집에서 식사를 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만족스럽게 드실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생선들이 좋았고 사장님이 고객을 대할 줄 알아 더 좋았다. 가격은 일부러 흥정하지 않았다. 아마 흥정을 하신다면 어느 정도 절충은 해 주실 듯.. 그러나 흥정 대신 서비스를 더 요구하는 것이 아마도 더 만족스럽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이로서 이사를 오고 제대로 된 단골 횟집을 하나 확보했다. ㅎㅎ

야이 짐승들아~(참고로 운전을 해야하는 집사람은 술을 먹지 않았고 오로지 3명이 마신 술임 ㅠㅠ)

https://place.map.kakao.com/m/9949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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