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아(Qua) 베트남 쌀국수 집 방문기(새솔동, 송산그린시티점)
모든 음식이 그렇겠지만 각국의 음식들이 다른 나라에서 판매가 되게 되면 대부분 현지화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추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다. 한류가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요즘에는 그나마 한식의 독창성을 현지에서도 유지하려는 시도들이 많겠지만 예전에는 외국에서의 한식당은 이름만 한식당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현지인이 사장인 경우에는 거의 100%였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한식당도 한국사람들만의 입맛을 위해 영업하다가는 문 닫기가 일쑤였으니..
그런데 이 가게는 간판부터 하노이 오리지널이라고 떡하니 쓰여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별로 믿기지는 않았으나 와이프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입장해 봤다. 사실 기대치는 크지 않았고 호기심이 더 컸던 것 같다. 쌀국수에서 하노이식을 으뜸으로 치는 이유가 쌀국수의 기원이 하노이에서 발현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음식이 서울지방과 전라도 지방의 맛이 다르듯이 베트남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 쌀국수는 소고기 육수의 맛을 강조한 오리지널의 느낌이 강한 반면 남부지방의 경제수도인 호치민의 쌀국수는 국물에서 달콤한 맛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달콤한 맛이 나는 쌀국수는 좋아하지 않아 호치민출장에서는 하노이식 쌀국수를 판매하는 집으로 해장을 하러 다녔었다. 하노이식 쌀국수가 베트남 로컬에서도 유명한데 호치민시에서도 하노이 쌀국수라고 판매하는 집이 있는데 반해 하노이에는 호치민식 쌀국수를 판매하는 가게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테이블이 8개쯤 되는 매장 내부는 깔끔하게 꾸며져 있다. 주방에서 일하는 모습도 볼 수 있게 오픈형으로 열린 점도 마음에 들고 식사하기에는 충분한 구조다. 문제는 가격이다. 제일 싼 기본 쌀국수가 만원이 넘는다. 베트남에 한창 출장을 다닐 때 내가 해장으로 쌀국수를 즐겨 먹으니까 현지 업체의 카운터 파트너로 일하는 친구가 한국에는 쌀국수가 없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 이 녀석이 한국을 뭘로 보고.. ㅋㅋㅋ 물론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말해줬더니 얼마냐고 묻길래 20만 동(베트남 돈. 당시의 환율로 약 만원 정도)라고 했더니 두 눈이 동그래지면서 깜짝 놀라던 기억이 있다. 현지에서의 쌀국수 가격은 한국 돈 2000원 정도면 꽤 맛있는 쌀국수를 먹을 수 있다. 5000원 정도까지 올라가면 온갖 토핑이 추가된 맛있는 쌀국수를 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그런 생각을 한다면 이 가격은 비싼 가격이 맞다. 맛은 하노이 오리지널일지는 몰라도 가격은 오리지널이 아닌 셈이다.
기본 쌀국수와 매콤고기듬뿍을 주문하고 새우 롤(7000원)도 주문했다. 사실 현지에서는 매콤한 버전이 대부분 없는데 매운맛은 베트남 고추를 투입하여 해결을 하곤 했다. 이렇게 매운맛 버전이 존재한다는 것도 현지화가 되었다는 증거일터.
드디어 나온 쌀국수는 외견상 훌륭해 보였다. 고기듬뿍답게 고기도 그득하고 깔끔하게 담겨 나왔다. 3단계 정도의 매운맛을 주문했는데 매운맛은 저 갈아 넣은 베트남 고추의 양으로 조절하는가 보다. 고수를 투입하고 육수부터 한입 먹어봤다.
오~~ 하노이에서 먹던 현지맛과 제법 비슷하다. 굳이 비교한다면 100%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제법 비슷한 맛을 내준다. 베트남 쌀국수의 현지맛이 그리워 갔었던 베트남 사람이 운영한다는 용인의 모쌀국수집보다 몇 배는 더 현지의 맛이 났다.
이건 말로 설명하자면 조금 어려운데 육수의 진한맛에 약간 꼬롬(?)한 느억맘(베트남 액젓)의 향이 있어야 진정한 하노이 쌀국수라고 할 수 있는데 제법 먹을만했다.
사이드로 시킨 새우롤도 먹을만했다. 바삭성애자인 나에게 만족스러운 바삭함을 잘 안겨주었다. 그렇지만 양은 너무 적다. 왜 5개인가? 두 명이서 가도 수량이 안 맞고 셋이 가도 수량이 안 맞고 넷이 가도 수량이 안 맞는데.. 한 개만 더 주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텐데.. 그렇다고 하나 더 빼서 네개로 만들지는 마시라.
음식은 맛있게 잘 먹고 깨끗이 비우고 나왔다. 집 가까운 곳에서 베트남 현지와 비슷한 맛의 쌀국수집이 있다니 이건 또 하나의 사소한 행복이다. 가격이 약간 비싸기는 한데 이건 뭐 대부분의 쌀국수 프랜차이즈가 마찬가지이니.. 그나마 가격은 비싸더라도 다른 프랜차이즈와 달리 현지의 맛과 비슷한 느낌을 느낄 수 있기에 내가 지금 한국에 있는 것이 죄라고 생각하면서 가끔씩 올 듯하다.
베트남 현지의 쌀국수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가격은 접어두시고 한번 방문해 보셔도 후회하지 않을 맛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분들의 응대도 괜찮고 매장도 깨끗해서 한 끼 식사로는 괜찮을 곳이다.
'처묵처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솔동 찐한우곱창 2차 방문기(새솔동 곱창 맛집) (109) | 2024.07.09 |
---|---|
안산 중앙동 영월애(愛) 곤드레 방문기 (89) | 2024.06.21 |
오이도 전통 수산시장(성은네 회) 방문기 (104) | 2024.05.29 |
강원도 춘천 샘밭 막국수 본점 방문기(소양호 부근 맛집) (89) | 2024.05.23 |
새솔동 부드럽소 방문기 (53) | 2024.05.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