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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관광지] 한국 대중음악 박물관 관람기

다락방 중년 2024. 11. 14.

경주라는 도시는 사실 대학교를 서울로 유학을 온 이후부터 사실 방문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초등학생시절 수학여행으로 한번 방문했던 경험이 있고 이후 중학생시절 가족과 여행으로 방문했던 것이 제대로 방문한 것의 전부인 것 같다. 물론 그사이에 각종 학회와 행사들로 하루씩 머물 때는 있었으나 그때는 도착하자마자 행사를 하고 저녁식사로 술을 거하게 마신 후 아침에 숙취가 가득한 얼빵한 모습으로 귀가하기 바빴던 일정이라 경주의 유명한 곳을 방문하고 도시를 느껴볼 만한 여유가 전혀 없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불국사 앞의 숙소에서 넓은 방에 20명 정도가 잠을 자던, 그리고 불국사와 첨성대에서 찍었던 빛바랜 단체 사진들과 석굴암까지 힘들게 걸어 올라갔던 그러한 기억들만 내가 가진 경주에 대한 기억의 전부라고 할 수 있겠다. 술 먹고 숙취에 해장국집을 찾아다니던 기억을 뺀다면 말이다. ㅡㅡ;
 
초등학교 시절과 많이 달라진 경주에는 곳곳에 관광명소가 들어서고 젊은 사람들을 위한 황리단길도 조성이 되었으며 문화재에 대한 관리는 더욱 엄격해진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발견한 한국대중음악 박물관. 어라? 여기는 굳이 경주에 있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궁금증이 컸고 마침 숙소와 가까워 호기심에 방문을 하게 되었다. 
 
박물관은 우리가 상상하는 큰 박물관은 아니다. 3층으로 된 건물에 위치하고 있으며 입구에는 기타의 모습으로 멋지게 여기가 박물관임을 알리는 조형물이 인상적으로 서있는데 도색은 한번 다시 하셔야 할 것 같다.  조형물을 지나 건물입구에 들어가게 되면 관람료를 확인할 수 있는데 성인이 13500원이다. 헐~~ 국가에서 지정 운영하는 박물관이 아니고 개인이나 법인이 운영하는 박물관이기는 하지만 관람료는 상당히 비싼 편이다. 도대체 뭘 전시해 놓았길래? 네이버 페이에서 예약을 하면 20% 할인을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박물관이라는 것이 지식의 공유라는 측면에서 운영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너무 사업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입구의 기타 조형물. 도색은 한번 다시 하시는 걸로.

 
2층인 박물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는 저렇게 계단 피아노가 있다. 실제로 밟으면 소리가 나는데 좋은 아이디어였다. 다만 영화 "빅"에서 처럼 평면형이 아니라서 징글벨이라도 연주를 하려 하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질 수도 있으니 그냥 조심하게 밟고 올라가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재밌는 계단 피아노. 본인의 다리 길이를 믿고 연주는 하지 마시라. 연주는 힘들다.

 
전시관에 올라가면 한국 대중음악의 태동기부터 현시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에 대한 다양한 대중음악들을 소개하고 당시의 대중가요의 흐름을 자세히 소개해 준다. 또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과 그들의 앨범들도 전시가 되어 있다. 워낙 자세하고 꼼꼼하게 설명을 하고 있어 모두 제대로 읽으면서 관람을 한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찬찬히 보시면 알겠지만 대중음악은 그 시대상을 아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옛날의 다양한 음악과 그러한 시도들이 현시대에 세계를 선도하는 K팝의 자양분이 되었음은 명확한 사실일 것이다. 

시대별로 잘 정리되어 있는 자료들
자료들의 퀄리티가 매우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나의 학창 시절에 수없이 들었었던 그때의 그 앨범과 가수들이 있다는 것. 그래서 아련한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저런 음악들을 지금은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카세트테이프에 담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었고 감수성이 터지기도 했던 그때의 그 시절들 말이다. 더불어 이런 음악들 중 한 곡을 선택하여 1분 동안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매우 좋은 관람아이템이었다. 일부 관람공간에서는 저 음악재생장치가 고장나 있었는데 관리를 조금 하셔야겠다. 

학창시절의 그 음악들.
1분씩 들어볼 수 있는 재생장치.
고장난 재생장치들이 제법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중가요에서 한 획을 그었던 훌륭한 아티스트들만 따로 전시 섹션이 있어서 각 시대별로 인기스타들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대중가요의 태동기의 초기 유명가수뿐만 아니라 현시대의 BTS도 별도 섹션으로 전시가 되어 있으니 올드팬뿐만 아니라 젊은 친구들에게도 좋은 관람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현시대의 섹션들은 조금 최신으로 업데이트가 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가왕 조용필 섹션
서태지와 아이돌이 빠질수 없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도 있다.

 
더불어 청년 저항의 상징이었던 민중가요를 소개하는 섹션과 영화음악뿐만 아니라 만화영화 음악까지 소개하는 섹션도 별도로 존재하는데 사실 이런 디테일을 기대한 것은 아니라 매우 만족스러웠다. 대중가요 박물관이라고 정말 대중스러운 음악만 소개하는 것이 아닌 한국에서 창작되고 국민의 입을 통해 그들에게 전파되었던 모든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는 것은 그 자료의 조사부터 분류및 전시까지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노력들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런 문화들을 정리하여 보존하고 후세에 전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중가요 김지하 시인의 금관의 예수
영화음악 섹션
태권브이까지 보게 될 줄이야.

 
여기까지도 충분히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 박물관은 2탄도 준비해 두었다. 3층을 올라가면 이런 다양한 옛날 축음기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사실 축음기야 별로 관심이 없었고 뒤이어 나오는 공간이 나를 사로잡았는데..

이런 축음기들이 전시되나 싶더니..

 
이런 공간이 나타나면서 음악을 신청하고 재생해 주는 공간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비록 내가 스피커를 7개나 운용하면서 영화감상 및 음악감상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옛날식 스피커에 다양한 앰프들을 매칭해 놓았어도 외견상 눈을 끄는 모습도 아니었고 가정에 둘만한 물건들도 아니어서 그냥 지나가려 하는데 앞쪽에 있는 자디스 스피커의 소리를 들어보라는 권고를 직원에게 받았다. 김광석의 음악을 틀어주는데 욕이 나온다. 재생되는 스피커에서 저음 중음 고음이 군더더기가 없다. 쉽게 말하면 앨범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가 왜곡 없이 들리는 느낌이고 이는 소리가 훨씬 풍성하게 들린다는 의미이다. 동일한 음악을 여러 번 들어본 바가 있지만 이런 느낌은 매우 신기한 경험이다. 음악감상을 하기에는 스피커에 비해 그 공간이 너무 크다는 느낌이 있는데 적절한 공간에서 듣는다면 더욱 풍성한 음악을 느낄 수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가격을 물어보니 빙그레 웃으시면서 몇억대라고 이야기하시네.. 하하하.. 집을 팔아야 살 수 있는 스피커이다. 괜히 귀높이(?)만 높아졌네.. ㅡㅡ^ 

이런 음악감상이 가능한 공간이 나온다.
문제의 자디스 스피커 ㅡㅡ;

 
또한 각종 하이엔드 스피커들을 보고 있자니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런 곳에서 지름신이 발동하여 구매를 알아볼 수 있는 분이라면 이미 성공한 인생이리라. 나에게 지름신 따위는 오지도 않았고 그냥 남의 일이라고 생각되는 환상 속의 아이템일 뿐이다. 속은 조금 쓰리네.. ㅎㅎ 그냥 현재 집에 가지고 있는 몇 백만 원짜리 시스템에 만족하기로 한다. 

이번 생에서 이런 스피커는 안되겠지. ㅠㅠ

 
사실 별로 기대를 하고 가지 않았지만 의외로 좋은 관람 경험을 나에게 제공해 준 박물관이었다. 무엇보다 자료들을 잘 수집했고 스토리라인을 잘 분류하여 시대별로 잘 정리가 되어 있어 이해가 쉬울 뿐만 아니라 올드팬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자신들의 우상들을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또한 오디오 애호가라면 오디오의 역사와 관련 기기들도 전시가 되어 있으니 더욱 좋은 관람이 될 수도 있겠다. 일부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과 고장 난 기기들을 좀 더 정비하셔서 더 좋은 박물관으로 거듭나시길 바란다. 대신 가격은 조금 낮추셨으면 좋겠다. 경주에 외국인들도 많이 오는데 한국에 와서 경주까지 방문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들에게 K팝의 역사를 홍보하는 좋은 전시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격의 문턱을 조금 더 낮추고 이들에 대한 홍보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1층에 랩소디 인 블루라는 카페가 있는데 음료의 가격은 비싸지만 관람객들에게는 20% 할인을 제공하고 있으니 방문해서 맛을 보셔도 좋겠다. 흑임자라테가 나름 괜찮았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

경북 경주시 엑스포로 9 (신평동 220-6)

place.map.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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