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 옥천 느티나무 막국수 방문기
서울에서 경기도 양평으로 가려고 하면 필수적으로 6번 국도를 한 번쯤은 이용을 해야 한다. 옛날과 달리 도로사정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이 6번 국도는 용문산이나 중미산 자연 휴양림등 있는 양평군을 연결하기에 주말이면 나들이객들로 항상 몸살이다. 이 6번 국도를 계속 타고 달리게 되면 경기도 양평군과 강원도 평창군 그리고 오대산 기슭과 진고개를 거쳐 강원도 강릉시의 북부로 이어지게 되는데 드라이브 코스로 운치가 좋은 편이다. 강원도를 가실 때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6번 국도만 이용해서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울긋불긋한 단풍이 지는 가을철에는 더욱 깊은 한반도의 운치를 느낄 수가 있다.
아무튼 이 6번 국도를 타고 양수리를 지나 조금만 가다 보면 양평군 옥천면이 나오는데 이 동네는 냉면으로 유명한 동네이다. 충청도에 있는 옥천군과 헷갈리시면 안 된다. 이 동네가 나름 냉면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닌 X천냉면이라는 동네 터주대감 가게 때문이다. 젊었던 시절 한창 경기도와 강원도를 돌아다니면서 맛보게 된 그 냉면집. 사실 냉면보다는 필자에게 그 집이 더욱 각인이 되었던 것은 같이 파는 고기완자라는 메뉴 때문이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필자에게 냉면은 별로였고 고기완자만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후에 이 집을 지나다닐 때마다 다니게 되었는데 솔직히 세월이 흐르면서 맛은 더욱 못해지고 이제는 가격까지 부담스러워져 한동안 다니지 않게 되었다. 최근의 식당 후기들을 보아도 좋지 않은 평이 많은 것을 보니 나아질 기미는 별로 없나 보다. 나름 수십 년 동안 영업을 해온 가게인데 초심을 유지하기가 이렇게 어렵다. 하여 이 동네를 방문하게 되면 유난히 많은 냉면집들이 보일 것이다. 원조 논란을 따지자면 원조는 아니겠으나 후발주자들이 선발주자를 뛰어넘고자 하는 냉면집들의 치열한 전쟁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늘 소개드리는 곳은 아주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다가 냉면집들만 줄줄이 있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막국수를 취급하는 곳이라 방문을 하게 되었다. 동네의 한편에 위치한, 지나가다가 유심히 보지 않으면 찾기도 어려울 그런 위치에 있다. 동네의 도로 한가운데 우뚝 서있는 느티나무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으니 느티나무를 보고 가셔도 될 듯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옛날식 지붕을 하고 있다. 레토르 감성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테이블 10개 정도의 자그마한 식당. 막국수와 냉면의 가격이 10,000원인 것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위에 소개한 식당의 냉면이 이미 14,000원이니 충분히 만족스러운 가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완자와 편육을 반반씩 제공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혼자 방문하시는 분들이 냉면과 완자 1판을 모두 먹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울 테니 1인 손님도 충분히 즐기기에 메뉴의 구성은 부족함이 없다. 거기에 반반메뉴까지 있어 모두 맛볼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집사람과 함께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 완자 반 개를 주문했다. 사장님께서 오늘 백김치가 떨어졌다고 무생채만 내어주시면서 죄송해하신다. 아니~ 저기요 사장님.. 식당을 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백김치 맛도 보지 못하면 500원이라도 깎아 주셔야.. ㅡㅡ; 그런데 주전자로 제공된 뜨거운 육수가 매우 좋았다. 개인적으로 간이 조금 부족하기는 했지만 육향이 좋아 만족스러웠고 뒤에 살짝 남아 있는 매콤함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냉면집에 육수가 맛있다면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 아니겠는가?
먼저 나온 완자 반 개. 이 동네의 냉면집들이 다른 동네의 냉면과 차별되는 것은 무조건 완자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막국수보다 완자가 더 관심이 갔다. 완자의 맛은 돼지고기의 향이 전혀 나지 않는 얼핏 느끼면 참치캔의 참치가 떠오르는 맛이라고 느껴졌다. 쉽게 말하면 고기고기하지 않고 고기인데 고기가 아닌척하는 맛이라고나 할까? 고기스러움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조금 실망하실 수도 있겠고 담백함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무조건 만족하실 듯하다.
기다리던 막국수가 드디어 나왔다. 비빔 막국수는 주변에서 자주 먹을 수 있는 잘 아는 맛이다. 특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다만 이 집의 비빔양념은 딴 곳에 비해 단맛이 덜해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다. 물막국수는 육수의 맛이 잘 살아나는 이 가격에 흔히 맛볼 수 없는 맛이다. 다만 뜨거운 상태의 육수를 마셨을 때와 냉육수를 사용한 막국수 육수의 맛은 조금 다르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육향은 비슷하지만 약간 막국수에서 약간 순화가 되었고 매콤한 맛도 사라졌다. 그렇다고 막국수가 맛이 없는 것은 아니고 충분히 육수의 역할을 한다. 또한 10,000원의 가격에 그득한 메밀의 향을 기대한 것은 아니라 메밀향이 많이 나지 않는 것은 뭐라고 할 수가 없겠다. 10,000원의 가격에 국내산 햇메밀을 쓰면서 영업을 하실 수는 없을 터. 굳이 비교하여 말하자면 필자가 단골로 방문하는 경기도 용인시의 고XX 막국수에 비하면 약간 모자라는 정도다.
음식이라는 것이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맛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옛날에는 장 담그는 날은 며느리에게 잔소리도 하지 않고 심기를 편하게 해 주었다고 하는데 이는 며느리가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제대로 된 간을 보지 못할까 봐 그런 것이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게가 그 가게 고유의 맛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이 동네의 냉면전쟁을 보고 있으면 오랫동안 입맛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느끼게 된다. 앞으로도 이 동네는 사라지는 가게가 많을 것이고 또 그만큼 새로운 가게가 들어올 것이다. 그렇지만 부디 명맥들을 잘 유지해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냉면동네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 소개해 드린 이 가게도 조금만 더 노력하신다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가격 경쟁력도 훌륭하고 주인장도 친절했으며 무엇보다 기본이 충분하다. 부디 이 냉면 전쟁터에서 살아남으시길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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