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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새솔동 소담 순대국 방문기

다락방 중년 2024. 9. 19.

9월이 벌써 절반을 넘어 하순을 향해 가고 있는데 무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추석을 맞이했던 기억은 적어도 내 기억 속에는 없는데 이제 한국은 완연한 아열대 기후가 되어가나 보다. 이런 9월의 한가운데서 폭염주의 문자를 받는 기분은 신선함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하다. 빨리 날씨가 좀 선선해져야 할터인데..

 

오늘 방문한 집은 동네에 새로 생긴 순대국집이다. 동네에는 이미 몇 개의 순대국집이 있는데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기 위해 몇 군데 방문해 보았지만 딱히 추천할만한 집은 찾지 못하였다. 이 순대국이라는게 호불호도 있겠지만 국밥의 민족인 한국인들에게 가장 저렴하고 쉽게 접할 수가 있는 음식이라 가게마다 맛은 다 고만고만해서 이미 충분히 상향평준화 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여 집사람과 산책 중에 큰 기대가 없이 방문을 하였다.

 

가게는 꽤 넓은편이다. 간판에서 보이는 것으로는 프랜차이즈 식당임이 분명해 보인다. 예전에도 말한 바 있지만 프랜차이즈라고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견 특색이 없어 보이지만 잘 만든 요리를 많은 사람이 찾고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계속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 제대로 맛을 낼 줄 아는 프랜차이즈의 창업은 고객들에게도 충분히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개업 빨 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녁시간에 많은 분들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메뉴는 일반적인 순대국집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가격도 비슷한 수준이다. 수도권에서 이미 10,000원 미만의 국밥집은 이미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매장은 꽤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일반적인 순대국집과 차이가 없다. 가격은 적절한 편

 

 

기본 상차림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 얼갈이 김치는 조금 더 익혀야 할 듯하고 깍두기는 나름 맛있는 편이다. 아울러 이 집은 나름의 셀프 코너가 잘 갖추어져 있는데 김치류는 물론 다진 청양고추와 예쁘게 편 썰어놓은 마늘도 빠짐없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순대국집을 많이 다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새우젓도 식탁에 제대로 갖춰놓지 않은 집들도 많다. 특히 얼큰 순대국이 아닌 일반 순대국에 청양고추를 넣어 얼큰하게 먹고 싶은 나 같은 사람도 존재하는데 이럴 때 꼭 별도의 다진 고추를 요청해야하거나 아니면 저기 저 청양고추를 손으로 잘라 넣기도 한다. 또한 마늘올 좋아하시는 분들의 경우 순대국에 마늘을 한 조각씩 얹어 먹기도 하는데 이렇게 편 썰어 놓은 마늘을 셀프코너에 넉넉하게 배치하는 순대국집은 흔하지가 않다. 

기본 상차림. 일반 순대국집과 큰 차이는 없다.
셀프코너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드디어 나온 12,000원의 특순대국. 나는 사실 순대국을 먹으면서 순대는 빼달라고 하는 편이라 살코기 순대국을 주문했는데 순대가 들어가 있었다. 주문이 잘못 들어갔나 보다. 개인적으로  "멀쩡히 잘 먹을 수 있는 순대를 물에 담궈서 먹어야 하나?"라는 이상한 철칙이 있어 순대 없는 순대국을 좋아하는 편이다. 옛날 무한도전의 홍철 없는 홍철팀과 최종보스 디아블로가 나오지 않는 PC게임 디아블로4 같은 느낌이겠다. 하지만 물에 적신 순대를 마눌님이 좋아라 하시니 상관은 없었다. 또한 특순대국답게 고기가 잔뜩 들어있어 일단 그 이름값은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순대국의 맛은 깔끔 그 자체이다. 깊게 우려낸 듯한 맛이 충분히 느껴지면서 어떠한 기교도 없는 본연에 충실한 맛. 다양한 순대국을 많이 드셔 보셨다면 가장 기본에 충실한 맛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잡내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고 여기에 새우젓과 들깨가루 등으로 취향에 맞게 간을 한다면 그대로 상상한 맛으로 변해버린다. 집사람은 다른 곳보다 깊고 진한맛이 느껴진다고 하시네. 

특순대국, 살코기가 알차게 들어가 있다.

 

순대는 3가지 종류가 나왔다. 잘 알고 계시는 당면순대와 백순대 그리고 순대국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순대가 나왔다. 당면순대는 시장에서 파는 당면순대보다 훨씬 쫀득한 맛이다. 당면의 밀도가 훌륭해서 식감자체가 매우 찰지다. 백순대와 일반순대도 제법 훌륭한 맛을 보여주는데 특히 백순대는 훨씬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육향은 일반순대에 비해 조금 부족하지만 특유의 돼지향이 훨씬 덜한 느낌이다. 오래되었지만 백암순대집에서 먹었던 백순대보다 더 매력적인 맛이었다. 순대를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분도 충분히 좋아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이 된다. 

각 순대는 각자의 매력이 있다.

 

제법 만족스러운 한끼 식사를 하고 나왔다. 아쉬운 점은 순대 반접시처럼 수육이나 머릿고기도 1인분을 주문할 수 있는 메뉴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힘들게 퇴근을 하고 국밥 한 그릇과 약간의 수육 그리고 소주 한 병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하고자 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계실 텐데 현재의 수육가격은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더구나 순대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테니 말이다. 또한 가능하다면 순대국과 수육 또는 순대를 포함한 1인 또는 2인 세트메뉴와 순대반 수육반의 메뉴도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음식의 기본기가 탄탄하고 맛에 충분히 만족하면서 즐길 수 있어 비록 프랜차이즈이지만 서민음식인 국밥으로 간단하게 한 끼를 먹기에는 좋은 가게라고 생각이 된다. 메뉴를 조금 더 다듬으셔서 부디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이 되는 가게로 거듭나시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이 글은 내돈내산 후기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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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순대국

경기 화성시 큰나래1길 3-11 (새솔동 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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