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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골프]다이라이(Dai Lai) 골프 클럽 1인 라운딩 후기

다락방 중년 2024. 10. 28.

국내에 골프 인구가 많아지면서 외국으로 라운딩을 떠나시는 분들이 많다. 특히 동남아는  이러한 골프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비교적 한국에 비해서 그린피가 저렴하고 1인 1 캐디 시스템이라 라운드에만 집중하기가 편하다는 것과 이국적인 풍경에서 멋진 샷을 날릴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날씨..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경험했었던 동남아 골프는 사실 지옥이었던 경험으로 나에게 남아있다. 당시에는 백돌이 수준이었고 따라서 공도 잘 맞추지 못하니 마치 혹서기 훈련 같았던 경험이었다. 특히 미친듯한 날씨는 중간에 클럽을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심했는데 공을 치려고 셋업을 하면 안경 위로 땀이 뚝뚝 떨어져 도대체 제대로 된 셋업을 할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백돌이라 공도 더 많이 쳐야 하는데 이건 돈 주고 하는 미친듯한 중노동이었다. 라운딩 도중에 멘탈이 나가버려 라운딩 후반기에는 그냥 스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땅만 파고 다녔던 것 같다. 골프 초보시절 혹독한 경험을 한 셈이다. 이런 경험도 이제는 과거가 되고 잔디밥을 자꾸 먹다보니 슬슬 동남아에서 공을 치는 재미도 나름 느끼는 레벨이 되었다. 
 
사실 베트남은 인도네시아나 태국보다 골프장의 가격이 더 비싼 편이다. 순수하게 골프만 생각한다면 태국이 라운딩을 하기에 훨씬 좋은 선택지가 될 수가 있다. 그러나 날씨를 본다면 베트남 하노이는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겨울철인 12월에도 남쪽의 호치민은 날씨가 뜨겁지만 북부인 하노이는 선선한 가을 날씨로 골프 치기에 매우 매력적인 날씨로 변한다. 10월인 지금의 날씨도 낮에는 32도 정도로 매우 무덥지만 아침, 저녁은 매우 선선한 날씨로 라운딩을 즐기기에도 비교적 괜찮은 날씨다. 하지만 주변의 유명한 골프장의 가격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20만 원(그린피, 캐디비용, 카트비 포함)이 훌쩍 넘어가는 수준이고 거리도 하노이 중심으로부터 최소 한 시간 이상은 가야만 한다. 
 
그래서 선택한 다이라이 골프클럽. 평일의 라운딩 비용은 약 11만 원 수준이고 거리도 아침시간에 하노이 중심에서 약 50분이면 도착할 수가 있다. 원래는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불리며 유명한 경관을 자랑하는 휘닉스 골프 클럽의 챔피언코스에서 라운딩을 하고 싶었으나 가격은 평일에 24만 원 수준에 육박하고 부킹도 힘들뿐더러 거리도 더욱 멀어서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아침 8시 티오프.. 넉넉하게 6시쯤에 숙소를 출발해서 골프장으로 향했다. 베트남 사람들이 대부분 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익히 알고 있어서 교통체증이 걱정되었으나 단 한 번의 교통체증이 없이 50분 만에 골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노이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가서 가는 길도 무척이나 편했다. 클럽하우스는 특별한 특징이 없지만 깔끔한 외관이다. 사실 나는 라운딩을 가면서 시설에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웬만하면 상관이 없고 라운딩 하는데 불편하지만 않으면 된다. 내부도 잘 꾸며져 있어 시설에 대한 불만은 없을 듯하다. 클럽하우스에서 바라본 골프장의 전경에서 이 골프장의 컨셉이 예상이 되었다. 바로 물이다. 뒤에도 설명을 하겠지만 이 골프장은 워터해저드가 없는 홀이 거의 없다. 

클럽 하우스 외관
클럽하우스 내부도 깔끔하다
골프장의 전경도 괜찮은 수준이다. 곳곳의 워터해저드가 여기의 컨셉인 듯.

 
10월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낮에는 무더울 터이니 아침을 먹고 라운딩 하기로 한다. 식당도 깔끔하게 꾸며져 있다. 그러나 조식으로 주문이 가능한 메뉴는 쌀국수와 라면류 밖에 없다. 라면 한 그릇에 8만 동 수준인데 제공해 주는 식사 쿠폰을 사용하여 식사할 수가 있다. 즉 점심 뷔페를 먹던지 아침식사를 하던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뷔페 맛이라도 보려고 쿠폰은 아껴두기로 한다. 라면에 김치가 제공이 되어 좋았다. 

식당 내부도 깔끔하다.
조식으로 먹은 라면
제공되는 바우처들. 아침식사와 점심 뷔페 둘 둥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클럽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몇 번 하지도 않을 라운딩에 무겁게 골프클럽을 가지고 오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무엇보다 베트남 공항은 수화물이 나오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렌탈한 하우스 클럽. 클럽의 렌탈비는 60만 동으로 3만 원이 약간 넘는 수준이다. 클럽도 사용감이 있기는 하지만 깨끗해서 플레이 하는데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P와 S 사이에 A 웨지가 없다. 아뿔싸~ A웨지는 나의 20미터와 30미터 사이를 책임지고 80미터와 90미터 사이를 책임지는 사실 나에게는 비기와 같은 클럽인데 이것이 없다니. ㅠㅠ  캐디에게 물어보니 여기 하우스 클럽은 A웨지가 없다고. 흑흑~~

A웨지가 없는 하우스 렌탈 클럽

 
드디어 시작되는 라운딩. 남자 1명과 여자 2명이 온 베트남 사람들과 조인이 되어 플레이를 시작했다. 매너들도 좋고 무난한 사람들로서 외모에서부터 베트남 부유층의 티가 확 보였다. 그러나 첫 홀부터 공이 잘 맞지 않는다. 변명 같지만 평소에 늘 사용하던 클럽이 아닌 처음 보는 클럽을 셋업 시에 놓고 보았을 때는 느낌부터 확 다르게 마련이다. 드라이버의 경우 길이가 내 것보다는 조금 짧았고 다른 클럽들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 적응하는데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위에도 썼지만 대부분의 홀들이 워터 해저드와 함께한다. 초보라면 공을 넉넉하게 챙기시는 게 좋겠다. 멀쩡하게 잘 치고 있다가도 워터해저드만 눈앞에 나타나면 공이 이상하게 그쪽으로 날아가는 일종의 워터 해저드 울렁증을 고치는데 특화된 구장이다. 딱히 시그니처 홀이라고 불릴만한 환상적인 경관을 자랑하는 홀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페어웨이와 티잉 그라운드의 상태도 좋아 이 정도 가격이라면 매우 좋은 가성비임이 분명하다. 아쉬운 점은 페어웨이에 카트가 들어가지 않고 그늘이 많지 않아 정말 무더운 날에는 라운딩 하기 매우 불편한 구장이라는 것. 또한 코스보다는 그린이 어려워 퍼팅을 주의해야 하고 웬만큼 거리가 나가는 분이라면 블루티에서 치시면 무난할 것이라는 것이라 생각이 된다. 

 
대낮에는 제법 기온이 올라가 9번 홀을 지나는 시점에는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특히 초반에 클럽에 잘 적응이 되지 않아 몇 번 왔다 갔다 했더니 조금씩 힘이 빠질 무렵 갑자기 캐디님이 카트를 세우고 코스 관리 매니저에게 베트남 말로 뭐라 뭐라고 한다. 그리고 갑자기 내가 탄 카트를 몰고 동행하던 베트남 사람들과 바이바이 후 달리기 시작하는데 이로 인해 10홀부터 나 혼자만의 라운딩이 시작되었다. 어설픈 한국말로 그녀는 "베트남 사람 슬로우"라고 이야기하며 비어 있는 홀을 찾아다니며 나를 그라운드에 세웠다. 사람들이 밀려 있는 홀이 있으면 오버해서 비어있는 홀을 찾아 달려가서 플레이하고 있다가 다시 돌아와서 치는 식이다. 이때부터 나의 골프 전지훈련이 시작되는데..

갑자기 캐디님이 이런 카트길을 마구 달리며 나를 휘몰아치기 시작하는데.

 
여태까지 우리가 늘 하는 골프라는 것은 스윙을 한 번 하고 동반자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지켜보고 다시 조금 가서 치고 하는 결국은 동반자들과 좋은 경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그런 것에 익숙해져 있다가 이렇게 혼자서 달리기 시작하니 정신이 없었다. 플레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나면 카트를 타고 바로 이동, 세컨샷을 날리고 바로 카트를 타고 퍼팅을 하거나 세번째 샷을 날리는 식이다. 근데 이 간격이 너무 짧으니 더운 날씨에 점점 더 힘들어졌다. 캐디님에게 사정을 했다. 제발 슬로우 하게 가자고. ㅠㅠ. 그런데 이 골프장에서 이미 5년 동안 일했고 나이도 제법 있으신 이 베테랑 캐디님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는데 그것은 나의 어프로치 연습 때문이었다. 사실 그녀는 나를 최대한 배려해서 내가 가장 약하다고 생각하는 어프로치 연습의 시간을 주려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한 것. 
 
사실 이날은 티샷이나 세컨샷보다 어프로치로 스코어를 다 망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A웨지가 없어 다른 클럽으로 거리 조절을 하려고 하니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클럽 또한 익숙하지 않으니 더 어프로치가 마음처럼 되지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나의 가장 약점이 어프로치라고 판단을 한 듯하고 마지막홀이 가까워 오는 시점에서는 아예 공을 몇 개를 가져다 놓고 나에게 어프로치 연습을 시켰다. 즉 그녀는 다른 홀들을 빨리 돌고 앞뒤의 간격을 충분히 벌린 다음에 나에게 별도의 연습시간을 부여했던 것. 그리고 내가 이렇게 어프로치 연습을 하는 것들을 동영상과 사진으로도 남겨주었다 

열심히 하드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덥고 짜증도 나고 해서 그만하자고 말하고도 싶었는데 사실 실제 골프장에서 이런 호사를 누리는 일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별도로 부탁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준 그녀에게 나중에는 고마운 마음이 무척이나 컸다. 이런 그녀의 노력 때문인지 마지막 홀에서는 샌드웨지로 칩인 버디를 완성하며 오늘의 라운드를 마무리지었다. 이 샷을 영상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
 
라운딩을 마치고 뷔페에서 한 식사는 훌륭한 편은 아니지만 골프로 허전한 속을 채우기에는 괜찮은 수준이었다. 후기에는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많던데 나는 나름 맛있게 먹은 편이다. 전지훈련을 그렇게 했으니 허기가 져서 그럴 수도 있겠다. ㅎㅎ

뷔페도 나름 먹을만 했다.

 
오래간만에 해외에 나와 나름 즐거운 라운딩을 했다. 좋은 캐디님을 만날 수 있어 나름 연습도 많이 할 수 있었고 구장의 컨디션도 가격에 비해 나쁘지 않아 더 좋은 시간이었다. 해외에서 혼자 솔로 플레이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도 있을 텐데 사람이 적은 시간에 예약이 잘 되면 이런 호사를 누릴 수도 있으니 부담을 가지지 말고 한번 도전을 해보시기 바란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라운딩도 나름 재미날 때가 있는 법이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이 글을 보고 본인도 그런 연습시간을 달라고 고집을 피우는 분이 있으실까 봐 걱정이 되는데 위의 일들은 골프장에 예약된 사람이 적어 충분히 넉넉한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무리한 요구로 관계자들을 부담스럽게 하지는 마시기를 바란다. 좋은 매너와 적절한 시간이 있다면 여러분에게도 이런 기회가 생길 수도 있으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 준 나의 캐디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다시 전한다. 

스윙 폼은 나름 쓸만한 편 ^^;;

 
 

 

Dai Lai Golf Club · Ngọc Thanh, Phuc Yen, Vĩnh Phúc, 베트남

★★★★☆ ·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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