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맛집] 가성비 좋은 하노이 해산물 맛집 Ốc Nhớ 37(Feat. 개구리 요리)
베트남 호치민에 자주 가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호치민시에는 해산물 가게만 다닥다닥 모여있는 해산물거리가 4군에 있다. 비교적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고 가격도 적절해 현지인들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여행객들에게도 이미 소문이 많이 나서 익히 잘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북부 지방 하노이에는 사실 이렇게 해산물을 위주로 조성된 거리가 특별히 존재하지는 않는데 그나마 굳이 비슷한 곳을 꼽자면 호안끼엠 주변의 맥주거리일 것이다. 그러나 이 맥주거리는 사실 너무 복잡하다. 주말에는 현지인, 관광객 할 것 없이 너무 사람이 많고 입구부터 시작되는 호객행위는 아이 등을 동반하신 여행객들이라면 마음 편히 식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여기에 집집마다 음식의 퀄리티가 달라서 좋은 식당을 찾기가 어려움은 물론이고 맛도 수시로 변하는 등 변수가 많다.
이 가게는 사실 이번 여행에 처음으로 가 본 곳이다. 예전 하노이 출장을 다니면서 많이 친해진 현지 파트너들의 안내로 방문하게 된 것인데 사실 출장으로 방문을 했을 때는 그들이 나에게 절대 권하지도 않았던 식당이다. 그때는 매우 공식적인 프로세스와 누가 봐도 공식적일 법한 식당만을 주로 다녔는데 민간인 신분으로 방문한 이번 하노이 여행에서는 매우 진솔한 모습으로 그들이 좋아하는 로컬식당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고맙게도 그들이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사실 베트남 사람들도 많이 순박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다.
가게는 정말 조그마하다. 호수의 도시인 하노이에는 자그마한 호수들이 곳곳에 분포해 있는데 이 자그마한 호수의 한편에 위치해 있어 밤에는 나름 야경도 볼만한 곳에 위치해 있다. 사실 호수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웬만한 저수지 정도의 크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여기 한편에 자리를 잡고 실외에 앉아서 식사가 가능하다. 가게 내에도 자리가 있지만 10월 하노이의 기온은 비만 오지 않는다면 밖에서 머물기에 매우 좋은 시기이기 때문에 외부에 자리를 잡았다. 베트남 여행을 하시다가 간판에 Ốc이라는 글자를 발견하면 해산물 식당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Ốc이라는 단어는 소라와 고둥, 달팽이등을 생각하시면 되는데 이를 사용한 쌀국수 요리도 있다. 또한 해산물은 현지 언어로 하이산이라고 읽는데 海産의 현지발음이며 우리나라와 발음이 비슷하다.
가격은 걱정을 안 하셔도 될 정도로 싸다. 대부분의 메뉴는 한국돈으로 5000원을 넘지 않고 게요리나 큰 새우 요리 정도는 먹어줘야 5000원을 넘는 수준이다. 맥주는 또 얼마나 저렴한지 현지 맥주는 한 병에 800원 수준. ㅡㅡ; 제발 이런 곳에 여행을 와서는 하이네켄 같은 수입산 맥주보다는 현지 맥주를 드시라. 현지 맥주의 종유도 다양하지만 그래야 더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이 나지 않는가? 다행스럽게도 메뉴에 영어가 적혀 있어 대충 짐작은 가지만 구글 지도 등에서 검색을 해 본 후에 사진을 사용해서 주문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같이 간 현지의 친구들도 영어는 제법 잘 하지만 사실 자세히 나에게 메뉴를 추천하고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맛조개 같은 것을 어찌 영어로 설명한다는 말인가?
몇 가지 메뉴를 사진에서 골라 주문을 했다. 내가 현지 친구들과 상의하여 주문한 메뉴는 조개탕에 레몬 그라스를 넣어 끓여낸 조개탕과 맛조개 볶음, 총알 오징어 볶음, 호치민에서 맛있게 먹었던 꽃게 다리 매운 볶음, 그리고 볶음밥이었다. 대부분 베트남 현지에서 먹어본 익숙한 음식들로 주문을 했고 호치민시에서 많이 먹었던 메뉴들인데 하노이에서 먹는 맛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한 마음이 컸다.
그런데 한 현지인 친구가 메뉴를 유심히 보면서 개구리를 먹어보겠냐고 한다. 자기는 먹을 예정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허걱~ 드디어 올게 오고야 말았다. 사실 이 녀석들 오늘 여기에 같이 택시를 타고 오면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것을 수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뭔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고 껄껄껄 웃기를 반복하던데 그것이 이 개구리 요리였던 것. 요컨대 "이 한국사람 개구리를 시키면 먹을 수 있을까?" 따위의 이야기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한국인이 어떤 민족인가? 외국인들은 그렇게 극혐 한다는 번데기는 없어서 못 먹는 민족이고 맛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진심인 민족이 아닌가? 자신 있게 시키라고 했다. 개구리 까짓 거.. ㅋㅋㅋ
조개탕은 중급이다. 안에 조개는 무척이나 신선한 것이 매주 좋았고 하나하나 까서 소스에 찍어먹는 맛이 매우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국물이다. 호치민에서 이 요리의 육수는 한국의 조개탕 육수에서 정말로 레몬그라스만 들어간 느낌이라면 여기는 레몬그라스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많이 가미되어 있는 맛이었다. 문제는 국물에서 단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 그래서 조금 아쉬운 맛이었다.
가장 좋았던 두 개의 메뉴는 맛조개 볶음과 총알 오징어 볶음이다. 저 맛조개 볶음은 약간 달짝지근한 마늘 소스와 버무려 볶아내었는데 맥주 안주로는 그만이었다. 맛조개의 식감도 훌륭하게 살아있었고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다. 총알 오징어는 오징어의 새끼인데 국내에서는 오징어가 금징어가 되어있는 관계로 맛을 볼 수 없는 음식이다. 오징어가 작기 때문에 내장을 분리하는 등의 별도의 작업은 없고 통으로 먹게 되는데 역시 소스와 잘 어우러져 매우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통으로 먹기 때문에 오징어 본연의 맛은 더 깊다. 국내에서는 맛볼 수가 없으니 이렇게 해외에서라도 드셔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가장 기대를 했었던 게다리 볶음은 솔직히 호치민의 그것에 비해 실망스러운 편이다. 맛은 나름 괜찮다. 하지만 호치민의 그것은 소금과 고춧가루만을 사용해 강하게 볶아낸 느낌이라면 여기는 소금을 자제하고 기름에 볶아내었다. 그래서 간도 훨씬 약하고 매운맛도 덜해 호치민의 강렬한 맛은 아니었다. 다만 호치민의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충분히 맛있게 드실만하다고 생각된다. 가장 의외였던 메뉴는 해산물 볶음밥이다. 동남아에 다니면서 볶음밥류에 실망해 본 적은 정말 한 번도 없었는데 이 집에서 그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ㅎㅎ 볶음밥에 기름을 엄청나게 적게 넣어 기름기가 거의 없었고 푸석푸석하기까지 하여 모래를 먹는 느낌이었다. 같이 갔던 베트남 친구들도 볶음밥을 맛보더니 오늘의 볶음밥은 이상하다고 한 마디씩 한다. 하필 오늘은 수습 주방직원이 요리를 했나 보다. ㅠㅠ
두둥~~!! 드디어 등장한 문제의 개구리 전골. 먼저 저런 육수를 팔팔 끓인 후 개구리 고기와 죽순등의 각종 야채를 넣고 건져 먹는 요리이다. 마지막에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라면사리로 마무리를 한다. 육수의 맛은 익숙하지 못한 향이 난다. 고수에도 이미 단련이 되어 있는 나이지만 사실 즐거운 향은 아니었다. 아쉽지만 육수를 먹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기로 한다. 하지만 개구리 고기는 먹을만했다. 솔직히 치킨의 맛과 95% 이상 비슷하다. 육수를 빼고 고기만 건져서 먹으면 매우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정도였다. 마지막에 먹는 라면사리도 육수를 빼고 건져 먹으면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열심히 먹고 있으니 현지 친구들이 약간은 놀라는 눈치.. ㅋㅋ 다시는 대한 남아의 기개를 무시하지 말거라. ㅎㅎ
이렇게 먹고도 81만 동이 나왔다. 맥주까지 마셨는데 말이다. 한국돈으로 약 4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 참으로 행복한 가격이 아닐 수가 없다. 관광객들이 많이 없는 현지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이런 행복을 찾을 수가 있다.
현지 친구들이 대접을 해주어 넉넉하게 한 끼를 잘 먹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선선한 날씨에 좋은 야경을 보면서 야외에서 낄낄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음식의 맛도 전반적으로 훌륭하여 꽤 괜찮은 시간이었다. 특이하게도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볶음밥이 에러이지만 말이다. 개구리를 이용한 현지 녀석들의 가벼운 장난도 충분히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에 한번 한국으로 오너라. 번데기와 개불을 잔뜩 먹여줄 테니.. ㅋㅋㅋ
하노이에 방문해서 로컬 해산물 식당을 찾으시는 분이라면 굳이 복잡한 맥주거리에 자녀들을 데리고 가지 말고 이곳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이 된다. 무엇보다 한적하고 음식도 괜찮은 편인데 가격도 매우 착하다. 조개류나 새우류를 드시면 충분히 만족하실 것이다. 너무 관광지에만 전전하지 말고 이런 곳이 여행에서 현지의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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