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군 벼락치기 여행기(3)
1편은 여기로
2편은 여기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간성을 빠져나온다. 과거에 내가 존재했던 그 장소를 확인하였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했지만 혈기왕성
하던 젊은날은 또한 추억거리일 뿐이니..
김일성 별장...
북한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영토 내에서 30년 전에도 당당하게 남아있었던 김일성의 별장. 이름만 들어왔고 군시절 방문할 생각조차 못해 봤던 그곳.
대부분 잘 알고 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잠시 설명하자면 6.25 전쟁 이전에는 북위 38도선을 기준으로 남과 북이 나뉘어 있었다. 38도선은 황해도 개성 위쪽으로 부터 강원도 양양을 거쳐 지나간다. 다시 말해 강원도 속초, 설악산 및 더 북쪽인 이곳은 6.25 전쟁 이후 수복된 지역이고 6.25 이전에는 엄밀히 북한땅이었다는 말.
그래서 김일성 별장이 이 대한민국 땅에 존재하는 이유다. 반대로 고려시대의 왕도였던 황해도 개성은 6.25전에는 우리 땅이었지만 6.25 이후 휴전선이 그어지면서 북한땅으로 바뀌게 된 것. 동쪽과 서쪽을 맞바꾼 형상이 되었다.
김일성 별장은 넓은 화진포 해변을 품고 있다. 3천 원의 입장료를 내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별장이 나타나고 별장의 1층과 2층은 전시관으로 되어있다. 전시장은 딱히 볼 건 없었다.
3층으로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타나는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화진포가 장관이다. 김일성이 별장으로 삼을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곳. 날씨가 좋지 않아 바다빛이 예쁘지 않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평안한 느낌을 준다. 웃기지 않는가? 김일성이 머물렀던 별장에서 평안함을 느끼고 힐링감성을 느낀다는 게.. ㅎㅎ
3천 원의 입장료를 내면 주변 이승만 별장도 관람할 수 있는데 방문한 김에 가 보았다. 굳이 시간을 들여 가볼 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승만과 김일성의 별장 대결은 시설과 경치면에서는 김일성의 승이다.
저녁에 일정이 있어 이제는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 마지막으로 꼭 들러보고 싶은 곳이 있었으니..
진부령
굳이 편안한 고속도로를 놔두고 진부령을 넘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군생활 휴가시에 항상 진부령을 넘어서 다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울 양양 고속도로 같이 최근에 생긴 도로들로 인해 힘들고 꾸불꾸불 하지만 감성이 충만한 그 길을 달려 본 기억이 너무나도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나이 든 사람은 기억하겠지만 15~20년 전만 해도 강릉에서 서울로 올라오기 위해 넘는 대관령 옛 고갯길은 굽이굽이 고갯길로 인해 운전이 힘든 건 물론이고 길도 좁아 주말에는 엄청난 교통체증이 빈번한 곳이었다. 하여 주변의 6번 국도 진고개
한계령 미시령등 모두 주말에는 차들이 들어찼고 사건 사고도 많았었다. 그 미어터지는 대관령과 한계령, 진고개를 주말에라도 좀 더 놀아보겠다고 막히는 길을 뚫고 아등바등 다니던 내 젊은 날들이 눈에 밟혀 서리라.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고속도로가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터널형식이어서 다니기 아주 편해졌고 더불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옛 길을 찾지 않게 되는 것은 당연스러운 일.
진부령 정상에는 썰렁함 만이 가득했다. 백두대간에서 차가 통행할 수 있는 최북단 고갯길, 그나마 길이 덜 험해서 강원북부를 찾는 사람들로 가득 찼던 이 진부령 정상은 이제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주유소마저 문을 닫아버려 덕분에 이곳에서 주유를 하고자 했던 내 계획도 다시 걱정으로 바뀌었다.
花無十日紅, Nothing last forever.
30년 전의 시간을 추억하며 번개같이 다녀온 여행. 비록 여유롭지는 않았으나 내 과거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 과거 때문에 아직도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라고 했으나 과거는 나의 거울이고 지금의 나도 언젠가는 내 미래의 거울이 될 터이니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춥고 배고프고 외로워서 얼른 마누라님이 계신 집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여보 보고 싶었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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