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계엄이라고?? 대통령의 계엄 선언에 대한 생각들..
사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정치와 관련한 일들은 쓰고 싶지 않았다. 개인의 정치적인 성향이라는 것이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바뀌기가 어렵고 이렇게 고착화된 성향들은 사소한 일에도 논쟁의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나까지 그러한 논쟁의 요소에 발을 담그기 싫었다는 말이 더 적절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어젯밤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태들은 믿을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라 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서술해 보고자 한다.
"계엄이라니?? 뭔 계엄??"
처음에 계엄에 관련한 소식을 들은 것은 다음에서 보내온 휴대폰 속보였다. 보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오보겠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보고 있던 넷플릭스 영화를 종료하고 서둘러 기사들을 살펴보는데 오보가 아니었다. 대통령이 화면에 나와 떡하니 계엄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눈을 의심했다. 그가 말하는 계엄의 사유는 주저리주저리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론은 명확하다. 국회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폭주가 너무 심해 국정을 운영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며 이러한 그들의 행동이 내란이며 반국가 행위이고 종북세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계엄을 통해 이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 주된 요지이다. 즉 야당 때문에 국정 운영 못하겠으니 비상계엄선언을 해서 판을 뒤집고 내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참으로 웃을 수밖에 없는 논리가 아닐 수 없다.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계엄에 대해 조금만 말씀드리면 국가적 비상사태 상황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일부 제한하고 국가의 치안을 군을 투입해 유지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계엄상황에서 통행금지등의 조치들도 발효가 가능하고 사법권이 군에 있게 되므로 의심되는 사람은 군에 의해 얼마든지 연행이나 구속이 가능한 사실상 국가가 막장에 가까워질 때 최소한의 치안 유지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이렇게 계엄이라는 것이 무서운 상황이므로 대한민국의 헌법에서는 이러한 계엄이 가능한 상황을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상황일 때만 발효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박정희가 피격당한 1979년 이후 약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계엄이 선언된 적이 없다. 전국이 시위에 물들어 결국 노태우의 6.29 선언을 이끌어냈던 1987년 민주화 항쟁 때에도 계엄은 선언되지 않았다. 심지어 당시에는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이 대통령이었는데도 말이다.
지금이 계엄이 필요한 상황인가?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 보자. 지금이 계엄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인가? 지금 국가의 영토가 잠식당하는 전시상황도 아니고 내란이 일어나 국가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무너진 것은 더더욱 아니며 국민의 안전이 군이 치안을 담당하여야만 할 만큼 위기에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대통령의 계엄 선언은 말도 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은 야당을 종북이고 반국가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그들과 협상하면서 국정을 운영할 동력을 걷어차버렸다. 야당이 종북세력이라면 이렇게 거대야당을 만들어준 국민의 대부분은 종북이라는 말인가? 대통령이 우리 국민을 보는 수준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의 머릿속에는 국민에 의해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라는 개념은 없고 우매한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군왕의 개념만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은 처단하겠다는 따위의 어휘는 쓸수가 없는 것이다.
무릇 정치란 것이 무엇인가? 갈등을 봉합하는 협상이며 타협인데 야당이 협조하지 않아 국정운영이 어려우면 설득하고 내어줄 것은 내어주고 취할 것은 취하는 진짜 정치질은 하지 않고 계엄카드를 꺼내 야당과 국민을 겁박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는 자승자박이며 스스로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화염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과 다른 바가 없다.
왜 이런 짓을 했는가?
또한 계엄을 선언한 이후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의 계엄 선언을 미리 알고 있었던 여당의 인물도 없었고 대통령실도 사전에 모두 인지하지 못했고 더구나 계엄이라는 것은 신속하게 진행이 되어 계엄상황을 만들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엉성하기까지 하여 계엄군이 여의도 국회에 진입하는 시늉만 하다가 끝났다. 즉 아군을 제대로 만들지도 못했고 계엄상황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군의 신속한 도움이 있어야 함에도 그 도움은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다. 국방부 장관이 계엄을 건의했다고 하는데 군에 대한 통제권도 제대로 가지지 못한 채 왜 계엄을 선언한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대통령이 정치적인 감각이 부족하고 소통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계엄선언이 본인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는 더욱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러므로 준비는 더욱더 철두철미해야 했다. 더구나 야당들이 탄핵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말이다. 심지어 그가 민주당에서 투입한 X맨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그가 X맨이 아니라면 결론은 하나밖에 없다. 지금 우리의 대통령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그의 주변에 이를 보좌해 주는 사람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아내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져 오고 명태균을 비롯해 각종 게이트 또한 폭풍의 핵이 되어 가고 있으며 야당에 의해 예산안마저 칼질을 당하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앞뒤 생각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라고 생각하는 것을 성급하게 던져버린 것이지 않을까 싶다.
탄핵의 열차는 떠나고..
이제 탄핵의 절차는 돌이킬 수가 없게 되었다. 탄핵이라는 것이 주도하는 야당에게도 정치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과정이고 명분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한방에 본인에 의해 모든 것이 해결이 되었다. 물론 이 탄핵이라는 열차에 연료를 가득 채워주고 KTX로 기종을 바꿔준 것은 대통령 본인이다.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겠다고 하겠다고 계엄을 선언한 본인이 자유헌정질서의 처분을 기다려야 할 신세가 된 것이다. 그가 내란을 일으켰는지 법률을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한 것인지는 법률가들의 판단에 맡겨야 하겠지만 국민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심지어 대선 때에 그를 지지했던 국민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들의 가슴에 이런 상처를 주고도 정권을 유지하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아울러 이런 계엄선언 사태로 인해 금융시장은 요동을 치고 국가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갔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나라라는 인식을 전세계에 심어준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 국가의 이미지는 쉽게 개선이 되는 것이 아니고 이러한 국가의 이미지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한국의 문화가 세계를 파고들고 해외여행을 하는 한국인이 환영을 받는 것들도 모두 한국의 좋은 국가이미지 때문임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한국인들이 해외여행을 하면서 중국인이냐고 질문을 받을 때 짜증이 나는 것도 그 중국이라는 나라의 국가 이미지가 나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면 사실 개인적으로 너무 쪽팔리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에서 계엄이 발령되다니..
한 국가는 그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지게 된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 국민들이 이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모르고 패악질을 저지르는 한 멍청한 지도자 때문에 국민들이 모조리 바보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빨리 정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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