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새솔동 피자앤학센 방문기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빈 상가들이 많이 보인다. 중심가 쪽의 상가도 마찬가지이고 영업을 하고 있는 상점들도 손님들이 없어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역대급 불경기와 정치상황이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
오늘 소개해 드릴 집은 집사람과 딸내미와 함께 추운 날 방문한 가게이다. 생긴 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지나다니면서 보기는 했는데 오늘따라 마눌님이 저녁을 사라고 하루 종일 괴롭히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간 곳이기도 하다. 집사람과 딸내미는 피자라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사실 나는 피자를 딱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가격이 저렴한 음식도 아니고 맛도 없는 두툼한 도우의 엣지부분을 보고 있노라면 '이 음식을 이 돈 주고 왜 먹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 집 방문의 주된 목적은 학센이 목적이었다.
젊은 시절에 유럽으로 출장을 제법 다녔지만 독일이라는 나라와는 접점이 별로 없었다. 귀국길에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를 환승하기 위해 스테이 오버를 하면서 약간의 관광을 즐긴 것이 전부이다. 따라서 독일의 족발이라는 학센이라는 음식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매우 컸다.
가게는 적지 않은 공간을 자랑한다.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고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좋은 사람들과 맥주 한잔을 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공간이다. 하지만 약간 이른 저녁시간이었는데 손님은 전혀 없다. 개업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손님이 없다는 것은 최근의 불경기를 대변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컸다.
메뉴는 피자류와 파스타, 리조또 그리고 학센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이 집이 특별하게 비싼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고 원래 이런 종류의 음식들이 대부분 이 정도 가격인데 학센이 4만 원인 것이 조금 맘에 걸렸다. 비슷한 가격이면 배달으로도 족발 대(大) 사이즈와 중(中) 사이즈 정도의 가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배달 족발은 온갖 사이드 음식과 채소까지 덤으로 제공해 주니 이 학센이 과연 가성비가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피자와 학센을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니 피클을 서브해 주고 기다리던 피자가 먼저 나왔다. 오 옷~ 피자는 별로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매우 먹음직스럽게 구워져 나왔다. 무엇보다 잘 구워져 있었고 페페로니도 듬뿍 올라가 있어 토핑도 넉넉하다. 맛도 매우 만족스러웠는데 치즈의 풍미가 매우 좋았고 깔끔한 것이 피자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되는 느낌이었다. 배달피자나 집에서 데워 먹는 냉동피자랑 비교할 맛이 아니다. 아무리 맛있는 피자도 배달을 하게 되면 맛이 더 없어지는데 이렇게 잘 구워진 맛있는 피자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맛이다. 다만 테이블에 핫소스가 없다. 피자를 주 종목으로 하는 가게면 테이블에 핫소스는 기본적으로 배치했으면 한다. 굳이 힘들게 요청을 하게 만들지 마시고.. 핫소스를 추가하니 한층 더 풍미가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기대했던 학센이 등장한다. 일단 담음새도 매우 훌륭하고 매우 먹음직스런 모양새다. 잘 구워진 색깔과 사이드로 나오는 당근채 무침 그리고 예쁘게 담긴 소스까지.. 다만 사이즈는 배달 족발의 중 사이즈 보다 크지는 않은 듯하다. 맛은 매우 매우 부드러운 족발을 먹는 느낌이다. 각종 향신료등을 넣어 고기의 잡내를 잡아내는 한국의 족발과는 향이 조금 다른데 육향이 훨씬 더 강했다. 그러나 이 학센을 먹으면서 소스가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그것은 새우젓의 생각이 너무나도 간절히 났기 때문이다. 이 학센을 한입 넣고 당근채와 소스를 맛을 느끼고 있자면 조금 싱거운 느낌이 있고 깔끔함이 부족하다고 느껴지기에 새우젓의 생각이 간절해졌던 것이다. 집사람과 딸내미는 매우 만족하면서 흡입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아 이건 내 식성의 문제인가 보다. 흑흑~~ 아니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족발만 먹으면 자동적으로 새우젓을 생각하게 되는 경지에 내가 이미 들어선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개의 음식을 주문해서 먹고도 포만감이 크게 들지 않아 킬바사도 하나 주문을 했다. 말굽형으로 생긴 폴란드식 소시지라고 하는데 맥주 안주로 매우 좋았다. 바싹하게 잘 구워져 있었고 소스와의 궁합도 훌륭해 매우 좋은 안주거리가 되어 주었다. 오히려 학센보다 이 킬바사 소시지가 나는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눈물은 머금은 채로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학센 가격을 30% 깎아 주신다. 오잉??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학센 가격은 30% DC 행사를 진행 중이라고 하시네. 4만 원의 학센이 2만 8천 원이 되는 순간이다. 2만 8천 원이라면 학센의 가성비는 매우 좋은 편이다. 내 기준으로는 새우젓이 매우 그립기는 하였지만 족발과 비교한다면 괜찮은 가성비임에는 분명하다.
이 가게는 나름의 테마는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피자가 매우 좋았고 안주거리로 시킨 소시지도 매우 좋아서 와이프와 지나다니다가 맥주 한잔을 홀짝홀짝하기도 매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다만 학센은 필자와 비슷한 식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월요일에서 수요일 사이 행사시점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고 특히 피자는 배달이나 포장을 하는 것보다 가게에서 직접 드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갓 구워져 나온 피자는 매우 훌륭했다. 각종 모임과 연인들의 데이트시에도 충분히 괜찮은 식당이다.
다만 한 가지 요청드리고 싶은 점은 필자와 비슷한 식성을 가진 사람들이 학센을 더 즐기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소스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든 요즘 부디 성업하시길 바란다.
피자앤학센
경기 화성시 큰나래2길 61 (새솔동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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